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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그날 그곳에선_ 템플 스테이
  • 입상자명 : 신주은
  • 입상회차 : 14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그곳의 첫인상은 그랬다. 시간이 흐르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곳, 와이파이도, 심지어 티비조차 없는,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들과 단절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난 후에는 그 이미지가 단박에 굳어져버렸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도착한 구룡사. 그 문간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겨주듯 청명한 풍경소리가 우리를 반겨주듯 웅-웅-하고 울었다. 오색 물고기들이 넘실거리듯 저들끼리 몸뚱아리를 부딪치며 인사를 하는 게, 간만에 찾아온 손님이 여간 반갑잖은 모양이었다. 재잘재잘 속닥이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열어젖히니 학교강당만한 크기의 넓직한 강당이 드러났다. 줄맞춰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캠프의 취지에 대한 지루한 연설이 이어지며 가져온 핸드폰이며, 엠피쓰리, p2p까지 모든 전자기기들을 빼앗겨버렸지만 말이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튀어나왔지만 당연스럽게도 선생님들은 못 들은 척 위로의 말 하나 없이 티브이 하나 없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바깥세상과 이어줄 생명줄을 가져가버린 것이다!
첫날은 너무 급작스럽게 지나가서 남는 게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다도체험만은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모두 둘러 모여 무릎을 꿇어 앉아 선생님이 쪼로록- 따라주시는 온기를 품은 찻물을 도기 잔에 조심스럽게 받아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체험이었다. 우윳빛이 감도는 도기 잔에 담긴 향긋한 녹찻물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모아 쥐고 한 모금씩 삼키니 왠지 청명한 새소리가 울려 퍼지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쏴아아-소리를 내는 것이 심봉사 눈이 트이듯 느껴지기 시작했다. 입안의 쌉싸름한 녹찻잎의 맛도 그렇지만, 나는 그제서야 구룡사와 함깨하는,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록 꿇어앉은 자세는 익숙치않고 발가락은 제멋대로 꼼지락 거렸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또 달갑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된 건 둘째 날 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아침산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말은 아침 산책이라고 하지만 다섯시 반에 일어나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는게 새벽 등산이지 어찌 산책이 될 수 있겠는가. 나는 원래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할 때쯤 느지막히 일어나 나갈 채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기상!’ 하고 새벽부터 울리는 종소리에 비몽사몽 일어나 순식간에 채비를 마치고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아침체조’를 하는 일상은 정말 길들여지기 힘들었다. 비몽사몽 잠이 덜깬 정신으로 뛰려니 어느새 뒤처지곤 해서 뒤에서 빨리 가라는 아우성을 들으며 앞사람 보폭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물론 결국에는 나와 체력이 비슷한 친구와 함께 맨 뒤로 가서 산책을 즐겼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뛰던 그 당시에는 주변에 청아하게 펼쳐진 산천초목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도 원망스럽기만 했던 것 같다. 둘째 날부터는 뒤처지기 싫어 열심히 걸었더니 하루하루 점차 체력이 느는 게 느껴졌고, 결국 마지막 날 쯤에는 쉬엄쉬엄 저만치서 들려오는 계곡물소리도 듣고, 떨어져 있는 도토리 같은 것도 함께 주우며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마지막 날에야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인상 찌푸리고 숨만 헉헉 대며 오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깨달은 게 조금 아쉽기도 했으나 마지막이어서 더욱 그렇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기억 속에 남았던 건 마지막 날 아이들을 여럿 눈물짓게 했던 부모님 이야기 라던지 처음으로 다함께 어울려 놀았던, 어색함을 정말 없어지게 만들어 주었던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도 아닌 수업 중간중간 길었던 쉬는 시간들이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좀이 쑤셔 다들 주저 앉아 투덜거리며 수다를 떨거나 더한 아이들은 뭘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님 수업이 고단했던지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아이들도 몇몇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좀 적응하고 나니 굳이 핸드폰이라거나 전자기기 같은 게 없어도 ‘분필돌’ 로 바닥에 득득 선을 그어 땅따먹기를 한다거나 모여 앉아 손뼉치기를 하고 논다거나 하는 식으로 발전되어 있었다. 더 지나고나니 이젠 아예 마당에 나가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를 한다던지 몇몇은 마루 위를 우당탕탕 뛰어다니며 잡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분명 초반에는 할게 ?다며 불평을 늘어놓다 멍하니 있던 아이가 말이다. 나는 이 변화를 지켜보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일상처럼 한 몸처럼 당연시 되던 전자기기에서 떨어지더라도, 얼마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고 원래 그래왔던 것 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더욱 건강한 방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다지 유식한 편은 아니라 나무와 풀이 인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정확히 모르지만, 그럼 어떠랴. 나무와 풀이, 자연이 나의 체력을 나아지게 해주고, 더욱 건강하게 만들었으며 아이들이 뛰어놀고 굳이 전자기기에 전전긍긍하지 않더라도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으니 그거면 다 한게 아닌가. 마치 산에 올라 산딸기를 따러다니고 모여앉아 공기놀이 같은 걸 하며 하루를 보내던 선조들 마냥 말이다
나는 그렇게 보내던 쉬는 시간 중, 뒤뜰 같은 곳을 발견했는데, 곳곳에 자잘한 풀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 있어 아기자기한 멋이 있고, 무엇보다도 푸르고 청명한 하늘이 막힘없이 뻥 뚫려 있는 곳이어서 구름 흐르는 데로 바람 가는 데로 얼마라도 더 있고 싶은 곳이었다. 조용히 나온다고 나왔는데 꼬리를 밟혔던 건지 따라나온 한 아이가 “어, 저기 뒷마당도 있다.” 하고 외치는 바람에 우르르 달려나온 아이들에게 금세 점령당해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한적해서 좋았던 건데, 아쉽다고 혀를 차긴 했지만 그래도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애들 목소리가 딱히 듣기 나쁘지는 않고, 여전히 날도 좋고 하늘도 푸르러서 볕을 받는 풀꽃이 된 기분으로 그곳에서의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어디선가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 든다. 지금은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문뜩 그곳이 떠오를 때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돌아오기 전,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친구들에게 안부전화라도 한번 돌려야 할 것 같다. 그럼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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